놀이터가 된 청원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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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영(rednose77@naver.com)

‘스웨덴과 축구 전쟁을 시작하자!’, ‘스웨덴 이케아 가구를 한국에서 추방하라’이 글들을 모두 스웨덴과 한국의 축구 경기가 있던 날 밤,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철학으로 지난해 8월 신설됐다.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의 경우, 국민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듣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에 힘입어 많은 국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하려 했고, 직접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전할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신문고 역할을 하는 국민 청원 사이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바로 ‘무분별한 청원등록’ 때문이다. 신중하게 평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약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친구와 다투고 홧김에 올리는 청원과 같이 가벼운 청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청원 사이트를 방문해 본 김은주(22) 학생은 “청원 사이트의 첫 취지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무분별한 청원들이 많이 올라오니 이제 불편해졌다. 그리고 실제로 정말 필요해서 올린 건지 생각해 보게 된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사이트가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가벼운 주제의 청원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사람들은 쉬운 ‘청원등록’을 들고 있다. 청원등록은 별다른 과정 없이 로그인만 하면 원하는 청원을 올릴 수 있다. 심지어 회원가입의 절차 없이 SNS 또는 포털 사이트 연동으로 간편하게 로그인 할 수 있다. 또한, 연령의 제한도 없어서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들도 쉽게 올리고 청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청원 사이트가 누구나 의견을 쉽게 말할 수 있는 ‘국민의 놀이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분별하고 사적인 청원은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를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놀이터가 아닌 진정성 없는 장난스런 놀이터로 만들었다. 정부는 조금 더 보강된 청원 사이트를 마련해, 모두에게 필요한 청원이 등록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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