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되어버린 ‘쨍그랑 한 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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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yna03020@naver.com)

어릴 적 우리의 추억이었던 돼지저금통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우리는 어렸을 때 문방구 앞에서 100원, 200원으로 달고나 뽑기를 하고 불량식품을 사 먹었다. 더운 여름날은 500원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의 유년시절을 책임진 동전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돼지저금통이다. 빨간 돼지저금통이 방 한쪽에 자리 잡고 있어, 누구나 한 번쯤은 동전을 넣을 때마다 자신의 소망을 하나씩 적립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적은 금액이지만 모으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돼지저금통을 찾아보기 힘들다.

 

돼지저금통은 어느 도공의 실수로 탄생했다. 중세시대 사람들은 금속이 비쌌던 탓에 접시, 그릇 등을 만들기 위해 오렌지색 점토 ‘pygg’를 사용했다. 여성들은 가사를 책임지기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pygg’로 구운 그릇에 돈을 넣었다. 어느 날 도공은 ‘pygg’를 만들어 달라는 말을 ‘pig’로 잘못 듣고 돼지 모양의 그릇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돼지저금통이 탄생했고, 이는 18세기 영국에 널리 보급됐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미국 캔자스주의 윌버라는 소년이 용돈으로 새끼 돼지를 사게 됐다. 그 돼지를 키워서 판 돈으로 한센병 환자 가족을 돕게 되고, 이 사실이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이 돼지 저금통을 만들어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는 유래가 있다.

 

오랜 기간 입지를 다져온 돼지저금통은 점차 존재감을 잃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금보다 카드의 사용이 보급 되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결제할 수 있다. ‘삼성페이’는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카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의점에서 1000원, 2000원을 결제할 때도 카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택시마저도 카드 단말기를 소유하고 있다.

 

시대에 발맞춰 올해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2020년까지 사회에서 동전을 퇴출하겠다는 목표이다. 우리 사회는 실질적으로 ‘현금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마트와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충전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거스름돈은 포인트로 적립해서 추후에 물건을 살 때 사용할 수 있는 전자현금 서비스 형태이다. 우리가 많이 이용하는 롯데, 이마트, 이마트24, 세븐일레븐, GS, CU에서 시행되고 있다.

 

어느새 지폐 한 장, 동전 하나에 즐거움을 느끼던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우리의 생활 속에 소소한 기쁨이 됐던 돼지저금통의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쨍그랑’ 소리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모았던 동전은 어쩌면 단순한 ‘돈’의 의미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우리의 바람이 하나씩 모이던 것은 아닐까. 배불러 가는 돼지저금통을 보며 웃음 짓던 옛날이 때론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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